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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맛 · 일맛 리뷰·관점  |  소프트웨어와 일

2024년을 지나며 생각한 소프트웨어의 신뢰, 창조, 연결

대규모 장애가 남긴 불안과 새로운 도구가 준 기대. 2025년 초, 소프트웨어가 오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세 가지를 돌아봅니다.

글 일맛 · 영상 공개 2025-01-10 · 발언 스탠리 · 기준 시점 2025-01-10 · 수정 2026-10-05 · 읽기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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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에 공개한 소프트웨어 전망을 글로 정리했습니다. 2024년을 돌아보며 당시 품었던 기대와 우려이며, 이후 시장의 결과를 평가한 글은 아닙니다.

2024년에는 놀라는 일이 많았습니다. 설마 멈추겠어 싶었던 서비스에서 문제가 생겼고, 익숙하지 않던 도구가 어느새 제 업무의 중요한 자리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한 해를 돌아보며 먼저 떠오른 말은 절대 강자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와 함께, 늘 쓸 수 있으리라 믿었던 서비스가 우리 일에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는지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수도꼭지처럼 당연하게 쓰던 인프라

클라우드와 업무 도구를 물처럼 당연하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가 없을 때는 뒤에서 무엇이 연결돼 있는지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한 부분이 멈추면 다른 업무까지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영상에서는 여러 장애를 연달아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각각의 사건을 하나의 클라우드 장애처럼 묶을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2024년 7월 CrowdStrike 사건은 Windows용 Falcon 센서 구성 업데이트로 영향을 받은 시스템에 충돌이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Azure 자체의 장애나 사이버 공격과 같은 뜻은 아닙니다. CrowdStrike의 당시 기술 설명

제가 크게 느낀 것은 한 회사 내부만 잘 운영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함께 쓰는 서비스와 보안 도구의 연결도 업무의 안정성에 영향을 줍니다.

영상에서 언급한 모든 장애의 시점과 원인을 여기서 하나씩 확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경험들을 보며 큰 회사의 이름만으로 안심할 수 없겠다고 느낀 문제의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우리 업무 안에서 자리가 커진 Figma

반대로 새로운 도구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저는 특히 Figma의 변화를 크게 느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Figma가 차지하는 업무의 비중이 늘었습니다.

디자인 도구로 시작해 생각을 정리하고 함께 만드는 쪽으로 자리가 넓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 도구들이 맡던 일 사이로 들어오는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Adobe와의 인수 이야기도 함께 돌아봤습니다. 여기에는 연도 교정이 필요합니다. 양사가 인수 계약 종료를 발표한 것은 2024년이 아니라 2023년 12월 18일입니다. 공식 발표는 규제 승인을 얻을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Figma의 계약 종료 발표

저는 원래 그 인수를 기대했던 쪽이었습니다. Figma가 커뮤니티 의견을 대하는 문화가 Adobe 안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제가 품었던 기대였습니다.

회사들의 미래가 늘 큰 기업에 인수되는 한 가지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 다음에는 어떤 도구가 우리 업무 안으로 들어올지 궁금해졌습니다.

AI가 붙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할까요?

새로운 AI 서비스는 계속 나왔습니다. 마치 가수들이 신곡을 발표하듯 다음 주가 되면 또 다른 서비스를 보게 됐습니다. 너무 빨리 변해서 무섭다가도, 직접 도움을 받으면 다시 즐거워졌습니다.

Perplexity나 이미지 생성 도구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기술뿐 아니라 사용 경험도 달라진다고 느꼈습니다. Photoshop의 AI는 저도 실제 작업에서 잘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서비스에 AI라는 이름이 붙는 흐름에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기능을 추가한 것과 그 서비스의 고유한 가치가 좋아진 것은 같은 이야기일까요?

별도로 쓰던 AI보다 만족스럽지 않거나 기존 업무와 연결되지 않으면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저는 SaaS가 원래 잘하던 일에 AI가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시장 전체의 반응을 측정한 결과가 아니라 서비스를 보는 제 기준이었습니다.

2025년에 가져가고 싶었던 세 단어

그래서 2025년을 바라보며 신뢰, 창조, 연결이라는 세 단어를 골랐습니다.

신뢰는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서비스가 계속 운영되는 것과 연결됩니다. 새로운 기능만큼 오래 버티며 고객의 일을 받쳐주는 능력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창조는 기존 제품 사이에서 새로운 쓰임새를 만드는 힘입니다. 익숙한 회사들이 강한 자리를 차지해도 다른 접근을 하는 소프트웨어가 나타날 여지는 있었습니다. 다음 Figma나 Perplexity처럼 제 작업을 바꿔줄 도구가 무엇일지 기대했습니다.

연결은 AI가 원래의 서비스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들어가는가입니다. 사용자는 기술 이름보다 화면과 사용 흐름에서 그 차이를 느낍니다. 기능은 많아졌는데 일은 복잡해지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음성과 일상의 기기에 기대한 변화

당시 관심을 두고 있던 곳은 OpenAI와 ElevenLabs였습니다. 특히 말하고 듣는 방식이 더 많은 서비스로 들어올 가능성을 기대했습니다.

프롬프트를 반드시 키보드로만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면 일상에서 AI를 쓰는 자리가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음성 기술을 직접 결제해서 쓰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서비스 안에서 만나는 사람도 많아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Apple Intelligence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여러 기능을 일상의 기기 안에서 어떻게 이어줄지 궁금했습니다. 이 기대를 Apple과 ElevenLabs의 협업이 확인됐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영상에서도 양사의 관계는 모른다고 구분했습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각각의 모델보다 그것을 어떻게 한 경험으로 묶을지였습니다. 이는 당시의 기대이며 이후 실현 여부를 검증한 평가가 아닙니다.

만드는 쪽과 쓰는 쪽이 함께 버티려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응원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해외에 도전하던 팀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일맛에서 좋은 서비스를 더 소개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했습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쪽에는 기본적인 사용성과 효율을 더 단단하게 다듬어주길 바랐습니다. 쓰는 쪽에도 질문을 던졌습니다. 작은 팀에게 모든 것을 우리 방식대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제품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였습니다.

맞춤 개발이 언제나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있는 표준 기능에 우리 일하는 방식을 맞춰볼 여지도 생각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2025년에는 어떤 새로운 도구가 나올지 기대가 됐습니다. 동시에 사건과 장애보다 좋은 제품들의 경쟁이 더 많이 기억되는 한 해였으면 했습니다. 신뢰를 지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기존의 일에 잘 연결되는 소프트웨어를 더 만나고 싶었습니다.